저번 우래옥을 시작으로 평양 냉면을 한 번 쭉 가보기로 결심했다.
[20대 라이프/맛집] - 서울 을지로 평냉의 대장 우래옥 후기 주차공간과 대기 방법
요새는 평양냉면 한 놈만 팬다는 생각으로 외식 기회가 생기면 평냉만 먹으려고 한다.
사실 여기를 갈 때는 맛집인지 몰랐었다. 게다가 평양 냉면집인지도 몰랐다.
그냥 답십리에 약속이 있어서 가서 후다닥 고른 집이었다.
가격대를 보면 꽤나 합리적이다.
아무래도 답십리라는 상권이 크게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논현점의 가격도 이 가격대라면 더욱 마음에 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막국수와 적당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는 제육 반접시를 주문했다.
성천 막국수를 처음 먹어봤을 때, 평소 먹던 막국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에 깜짝 놀랐다.
보통 막국수 하면 기본적으로 다대기나 여러 재료들이 함께 나오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곳의 막국수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이 그저 면과 국물만 나와 당황스러웠다. 익숙한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이 차림에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그 속에서 묘한 깊이가 느껴졌다.
특히, 면과 국물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물의 맛이 매우 진하고 깔끔해서 놀랐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맛의 복잡함이 있었다. 처음에는 왜 다대기가 없을까 의아했지만, 먹다 보니 이곳만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다대기 없이도 이렇게 맛이 깊다니, 그저 내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면의 양이었다. 보통 막국수집에서 나오는 양보다 훨씬 많았다.
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울 만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양이 많아서 마지막 한 입까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점이 이곳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국수에 푸짐한 면발이 더해져 먹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나는 막국수와 함께 제육 반접시도 시켰다. 사실 제육이라고 하면 고춧가루로 양념된 매콤한 고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의 제육은 양념이 전혀 없는 수육이라서 다소 웃음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제육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수육이 막국수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쫄깃한 면과 깔끔한 수육의 조화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렇듯 성천 막국수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막국수나 제육의 상식을 뒤집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식으로 나왔는지 의아했지만, 결국엔 그 모든 것이 이곳만의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차림과 맛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만큼 더 인상 깊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이곳의 독특한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